굿바이, 유니콘프라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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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커피 추천 메뉴를 보고 있는데 유니콘프라페에 굿바이 할인이 떴습니다.
가끔 유니콘프라페 먹을 때마다 '이렇게 인력과 시간을 무시무시하게 잡아먹는 메뉴를 어떻게 만들어 팔 수 있는걸까?'라고 생각했는데,
네. 못 버텼습니다, 못 버텼어요.
우리나라도 남이사 뭘 하건말건 별로 신경쓰지 않는 개인주의가 자리를 잡으면서 덩치 큰 아저씨 혼자 카페에서 조각케이크 정도는 먹어도 크게 눈치 볼 일이 없어지긴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니콘프라페는 혼자 쪽쪽 빨아먹고 있노라면 주변에서 '저 아저씨 갱년기가 왔나봐'소리 듣는 건 아닐까 한 번쯤은 조심하게 되는 메뉴였지요.
보라색이 섞인 핑크핑크한 색상에 파란 줄무늬를 그려놓고 휘핑크림 위에는 반짝이 마법 스프링클까지.
이건 뭐 다섯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봐도 마법 변신소녀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주문할만한 물건이니까요.
빨대로 쭉 빨아올리면 얼음슬러시와 설탕과 크림과 합성향 범벅이 다이렉트로 뇌를 향해 올라가면서 기분을 업 시키다못해 하이High하게 만들고,
다시 아래로 내려오면서 심혈관계와 뱃살에 엄청난 압박을 가하며 "즐길 때는 좋았지, 요놈아?"를 외칩니다.
이렇듯 여러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회가 되면 꿋꿋하게 주문해 먹었는데, 이걸 마실 때마다 미국 유학 당시의 추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딸내미가 Pre-K(5~6세 부터 시작하는 미국 공립학교) 다닐 무렵, 자기 생일이 다가오자 반 친구들에게 컵케이크를 돌려야 한다고 신났었거든요.
동네 제과점에서 어떤 컵케이크를 살까 고르던 중에 압도적인 포스를 자랑하던 것이 바로 유니콘 컵케이크였습니다.
빵 위에 노란색, 보라색, 핑크색 크림이 소용돌이치고, 그 위에 다시 반짝이는 별 모양, 하트모양 스프링클이 가득한 컵케이크.
아이와 제가 동시에 "저거다, 저거!"하면서 주문을 넣었더랬지요.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애들 학교에 컵케이크 돌리는 일이 워낙 많다보니 미국의 동네 빵집 효자 종목이 바로 유니콘 컵케이크더군요.
이제 딸내미는 사춘기에 접어들어 무슨 소리를 해도 반대를 외치고 있습니다만 유니콘프라페를 먹을 때면 그 때가 떠올라 절로 아빠미소를 짓게 됩니다.
그러던 것이 어느덧 마지막 한 잔을 앞에 두고 있으니, 어지간하면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기라도 하련만 무시무시한 양의 식용색소와 설탕과 솜사탕 합성향의 압박은 감히 시도할 엄두도 내지 못하게 만듭니다.
가끔은 사라지는 게 아쉬워도 그냥 그렇게 떠나보내야 할 때도 있는 법이지요.
힘들고 지칠 때마다 기분전환과 추억과 잠깐의 여유(와 엄청난 칼로리)를 책임지던.
유니콘 프라페, 굿바이.